이론하던 사람이 실험을 하면 어떤 기분이냐?이론하던 사람이 실험을 하면 어떤 기분이냐?
Posted at 2013/05/01 03:01 | Posted in <자유공간>/일상/잡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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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실험실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왜 연구 활동이 아니라 노예라고 부르는지는 아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을터이니 그 연유가 어찌되었든, 종이와 연필로 하던 일을 실제로 몸으로 체득해보고 있다. 과학적 방법론이 어찌되어야 한다던지, 과학연구자의 태도가 어찌되어야한다던지, 과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는 책상 위에서 이론만 굴리고 앉아있던 나같은 인간에게는 약간의 생소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나의 전공분야와 전혀 다른 분야이니 완전히 새롭게 배워나가면서 실험에 임할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실험실의 후배와의 대화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받게되었다. 이론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실험을 하게되면 기분이 어떤가 라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에피소드를 내게 들려주었다. 후배 누구는 이론을 좋아했는데, 반강제적으로 실험실에 들어가게되어 실험을 하게되었는데, 실험이라는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누구는 지금 고체물리학 이론을 전공하는 교수 밑에서 이론 연구를 함께하고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질문한다. 실험은 어떠한가?
이 질문은 이런 질문으로 환원될 수 있다. 이론으로 과학을 체득한 사람과 실험으로 과학을 체득한 사람들 사이의 대화의 문제 혹은 그 과학의 차이에 대한 문제로 말이다. 앞서 들려주었던 그 후배 누구는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간 것으로 이해된다. 나 역시 실험실 생활에서 이와 비슷한 감각적 경험을 얻게 되었고, 이 질문을 한 후배 역시 같은 것을 느꼈기 때문에 나온 질문일 것이다. 그럼 이 차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우선 과학의 특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과학의 특성에 대한 바스카의 견해를 인용하자면, ‘과학은 경험되는 현상에서 그 현상을 발생시킨 어떤 것을 찾아 나가는 혹은 추구하는 활동이다.’[1] 그러므로 과학은 경험으로부터 실재로의 도약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이 도약 과정에서 인간은 귀납이나 연역뿐 아니라 가추와 역행 추론으로 불리는 다양한 사유 방법들을 동원한다.
이것이 과학적 방법이며, 통계나 모델 구성이나 실험 등은 다양한 사유 방법을 경험적으로 체현하는 것이다. 이때 과학자들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추정하여 사유 속에서 재구성한 실체들과 세상에 존재하는 실체들 자체는 구별되며 유사할 수도 있고 상이할 수도 있다. 이것은 과학적 지식이 포함한 인간의 지식이 언제나 오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의 인식적 실천의 발전과 함께 기각, 수정, 발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험으로부터 실재로의 도약과 오류가능성과 함께 기각, 수정, 발전 될 수 있다는 점 두 가지이다. 과학의 많은 특징 중에서 이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는 이유는 앞선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이다. 실험은 어떠한가?
실험을 통해 과학을 체득한 연구자와 이론을 통해 과학을 체득한 연구자 사이의 차이는 앞의 두 가지 특징 중 더욱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즉, 경험적 근거와 인과법칙에 따라 연역적 가추 및 역행 추론을 통해 모델을 구성해 나는가, 혹은 존재한다고 추정한 사유속에서 실제에 대비해 기각, 수정, 발전해 나갈 것인가의 시발점의 문제로 읽혀진다.
그 시발점이 무엇이 되었든, 그 과정이 어떠했던 관계없이 그 도달점이 동일하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정상을 보고 산을 오르는 것과, 풀이 자라지 않고 있거나 돌되어 있는 부분이 길이라고 가정하고 그 길을 따라 산을 오르던 결국 산 정상으로 향하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실증주의나 경험주의로 양분화될때 문제가 발생한다.
과학은 실중주의나 경험주의적 방법론에 기반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험만으로 체득한 연구자 그룹과 이론만으로 과학을 체득한 연구자 그룹은 이를 구분하고 개별적으로 취득하게 되는 일종의 경향성을 발견하게된다.
이것이 문제인가 라고 묻는다면 물론 문제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어떤 방법론을 중점으로 두고있던 관계 없이 연구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며, 또 현대 과학은 혼자 연구할 수 있는 폭이 매우 좁기 때문에 충분한 피드백이 오갈 수 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문제는 아주 실질적인 부분인데, 연구실에서 누가 목소리가 가장 큰가의 문제만 남는다.
이제 원래의 질문에 대답해보자. 이론을 하던 사람이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면 어떤가? 시덥지 않은 결론이지만,그 목소리 큰사람에 지지 않거나, 서로 대화를 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연구를 하면 될 뿐이다. 단지 육체적 노동이 들어간다는 부분이 힘든 부분이라면 힘든 부분이다.
[1-2] 앤드류 콜리어, 비판적 실재론, 후마니타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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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해보니까, 저는 이론적으로 얻은 그래프와 실험적으로 얻은 그래프가 오차 범위 내에서 일치할 때의 그 맛에 과학을 연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론을 내가 하든 실험을 내가 하든, 남의 이론에 내 실험을 수행하든, 남의 실험에 내 이론을 제시하든, 내 이론을 내 실험으로 증명하든, 그냥 다 좋네요.